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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

만 오천원짜리 볼펜을 기쁘게 샀습니다

by 대청호블루스 2009. 6. 29.

몽블랑 만년필처럼 제값받는 필기구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치 한마리 살아있는 듯한 물고기를 본 딸이 사달라고 하더군요. 뭔가 꼬리지느러미를 열어보니 볼펜이었습니다. 특이한 볼펜이기도 하고 이런 물건을 간절하게 사달라고 하는 일도 흔치않아 사주기로 하고 가격을 물었습니다. 만 오천원이라네요.


점원의 동의를 구하고 분해(?)해보았습니다. 필기구의 핵심인 볼펜속이 흔히 사용하는 모나미 볼펜심인걸로 치면 꽤나 비싼 가격입니다. 순간 비슷한 짝퉁들도 어딘가에 있을것 같단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다는 딸아이를 위해 흔쾌히 질렀습니다. 평범한 제품이라도 디자인이 가미되면 어떻게 부가가치가 올라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속셈때문입니다. 딸아이가 이 매장에서 내가 바라던 느낌을 가졌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 자극만으로도 그 가치 이상의 에너지를 얻었으니 결코 과한 가격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봅니다.

이 물고기를 만난 곳은 명동 필론파리스 매장에서 였습니다. 명동의 골목을 돌다 어느 조그만 상점앞에서 입다물지 못하고 구경하면서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상상초월이란게 이런게 아닐까 싶은 제품들도 있고 강렬한 원색의 색감도 경쾌해서 사춘기 어린아이처럼 사고 싶은게 너무 많아지는게 즐겁더군요.

허락받고 몇장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럼 사진을 공개합니다.


물고기 펜의 모습입니다.


발길을 잡던 가게 앞 풍경. 서랍도 이쁘지만 특히 오른쪽 중간의 주황새 우산이 탐나더군요. 최근에 오랜지기 우산을 분실했거든요.


간판입니다.


빗자루와 쓰레받이. 빗자루 아까워서 청소 더 못하겠죠?


뭘까요? 자전거 자물쇠입니다.


자전거 벨이래요.


이런 벨이랑 자전거 자물쇠하면 그렇지 않아도 분실되기 쉬운 자전거... 남의것이라고 생각하는게 좋겠죠?


젓가락입니다. 뒤집어서 먹으면 포크도 되구요.


이쁜 주방기구들... 여자라서 행복해요~ 라고 해야할것 같아요.


물통, 슈가통... 벽에 걸린 코끼리는 깔대기 랍니다. ㅎㅎㅎ


줄자와 클립 붙는 병아리(?)등 이쁘고 아기자기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제품들.

유쾌한 공간에서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