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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기피증 모녀의 제주 올레 맛보기

by 대청호블루스 2009. 7. 26.
질풍노도의 끝자락에 서 있는 딸아이와 교감할길이 없을까 고민하다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올레를 선택했죠. 아이나 저나 여러번 제주를 방문했지만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올레코스를 걸은 일은 없습니다. 운동을 지독하게도 싫어하는 딸이지만 우도와 올레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니 올레를 고르더군요. 올레가 정확히 뭔지 관심도 없으면서 이전 여행때 대마도에 실망한 아이는 섬보다는 올레가 좋겠다구요. ㅋㅋㅋ


올레는 큰길에서 집까지 이르는 골목을 뜻하는 제주도 말입니다. 언론인 서명숙씨가 제창해서 제주의 구석구석을 걸을수 있는 코스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2007년 1코스가 개발된이래 현재는 12코스까지 만들었습니다. 짧게는 서너시간 길게는 대여섯시간씩 걸리는 코스들입니다. 

제주 올레코스 한눈에 보기
올레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http://www.jejuolle.org/intro.html


우리 모녀 엄청난 운동기피족이라 속으론 많이 걱정이됐습니다. 그래도 아자아자!  올레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부담갖지 않고 '놀멍 쉬멍 걸으멍'하기로 했죠. 딸과 함께인데요 뭘~

사전에 준비할 겨를도 없이 무작정 제주로 왔습니다. 첫날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관광안내데스크에 가서 올레 여행관련 리플렛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주 사람에게 물었죠.

"초심자가 딱 하루 올레를 할때 추천할만한 곳은요?"

"1코스도 시작이니 좋지만(최근 1박2일이 걸었다네요) 7코스가 제일 좋은것 같습니다. 바닷가 풍광도 좋구요"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7코스로. 
 
7코스는 서귀포시의 중간쯤에 있습니다. 외돌개부터 시작해서 월평포구까지 가는 15.1km의 구간으로 약 4-5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느긋하게 아침 식사도 하고 공항으로 갔습니다. 공항리무진을 타는게 좋다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죠.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탔습니다. 7코스 시작코스인 외돌개를 가려면 서귀포 중문을 지나 뉴경남호텔 입구에서 내리라고 합니다. 운임은 어른 5천원, 청소년 4천원이었습니다.

친절한 기사아저씨 7코스 가는 길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요지인즉

뉴경남호텔앞에서 내려서 택시로 외돌개까지 가는 보통의 코스대로 가지 말고 뉴경남호텔 앞 하차후 바로앞 샛길을 따라 천지연 광장-다리를 건너자마자 좌회전-유람선 선착장쪽으로 가다가 우회전-언덕위로 올라가서 길을 따라 외돌개까지 가는 겁니다. (1시간정도 소요)

제주도 사람들이 조깅이나 산책하는 코스로 가라고 차에서 내려서 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더군요.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어차피 올레라는 것이 그런것 아니냐고. 굳이 택시타고 외돌개까지 가서 시작하는것보다는 천천히 걸어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놀멍 쉬멍 걷는 코스이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숨건사람들처럼 달리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도 덧붙이면서요.

아저씨의 소개대로 우리 모녀 천천히 그길을 따라 갔습니다.


뉴경남호텔앞에서 내리면 보이는 관광안내도입니다. 왼쪽 길을 따라 내려가면 됩니다.


길이 잘 나있습니다.


출발한 시간이 11시 20분. 시간보다는 신발을 봐주세요. 청개구리 딸 아무리 말해도 조리가 편하다고 운동화를 신지 않아서... 슬리퍼 차림으로 올레를 걸었답니다.


하늘도 적당히 흐린게... 걷기 딱이었습니다. 걷는게 좋은 이유 ^^ 이런 진입금지 팻말에도 당당하게 진입할수 있다는거 ^^


제주를 눈으로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면서 말이죠.


천지연광장가기전 천지교에 장식돼있던 등입니다. 이 곳에 불이 켜지면 나름 꽤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편의점에 들러 간단하게 요기를 했습니다. 비린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딸때문에 회나 매운탕같은것은 구경도 못합니다. 이런 음식이 더 편하죠.


대전의 거리와는 다른 열대풍의 나무를 보며 걸어갑니다.


구불구불 저길을 걸어올라갈겁니다. 밑에서 보니 엄두가 나지 않을만큼 깜깜한 생각이 들더군요. 딸에게는 이런 맘을 들키지 않으려 당당한 척하면서 ㅎㅎㅎ


이끼긴 돌담길을 따라 걷기도 합니다. 두런 두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놓치기도 하지만 스쳐 지나간 소소한 풍경 여기저기에 제주가 있습니다.  


가을도 아닌데  제법 예쁘게 떨어진 낙엽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외돌개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반갑네요.


소화전 참 예쁘죠?


올레란 이런곳이겠죠. 저 골목을 따라 들어가야하는데 그냥 지나쳤습니다. 갈길이 멀어서요~


길을 따라 바다와 섬이 따라옵니다.


우와 드디어 외돌개에 다 왔습니다. 뉴경남호텔앞에서 내려 편의점도 들르고 천천히 놀며 올라왔더니 한시간 가량 걸렸습니다.


바다에 우뚝 서있는 외돌개 멋지죠? 올레를 따라 걸으며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답니다.

외돌개는 높이는 20m로 바다 한복판에 홀로 우뚝 솟아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5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섬의 모습이 바뀔 때 생긴 바위섬으로 꼭대기에는 작은 소나무들이 몇 그루 자생하고 있다.  장군석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름에 얽힌 전설이 전해진다... 자세히 보기



외돌개는 또 대장금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해안 절벽위에 길을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위험하지도 않을 뿐더러 걷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물이 너무 맑습니다.


아이도 노인도 걷기에 부담 없습니다.


외돌개를 배경으로 장금이가 될수도 있습니다.


대장금 촬영지에서 놀다가 올레여행을 계속합니다. 가슴이 확 트이는게 풍경입니다.


이쁜 벤치에 앉아 잠시 쉬기도 하구요. 가운데 보이는 등을 봐서는 야간에 걷기도 가능할것 같습니다.

 
해안을 조망하며 내리막길을 걷기도 하구요.


평평한 길을 손잡고 걸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것도 멋진 일입니다.


파란색, 노란색  리본을 따라가세요. 올레길이란 표시랍니다


때론 화살표가 따라오라고 손짓합니다.


잠시 해안길을 벗어나 돔배낭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외돌개이후 처음 발견한 가게.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가게앞 밭에서 일하는 주인을 기다려 한참만에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먹었습니다.


감귤나무에 열매가 매달려 있을때 오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서귀포여고 근처를 지나면서 발견한 귀여운 스튜디오.


곳곳에 올레꾼의 환영글이 있습니다. 귀한 손님이라도 된양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기가 정녕 한국땅일까요? 이국풍경속을 꿈처럼 걷습니다.


제주도 대표선수 현무암과 함께 찰칵!


어느 열대지방에라도 온듯... 저 파라솔 아래서 올레꾼 몇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생면부지의 제게도 밥먹고 가라고 인사를 건네더군요. 그게 올레 여행의 참맛일텐데 손사레를 치고는 도망치듯 왔습니다. 익숙지않은 일이니까요.


바닷가 가까이의 길로 내려 왔습니다.


걷기 싫어 하는 딸도 그다지 불평없이 잘 따라 옵니다. 조잘조잘 친구들에 관한 얘기를 하는데 처음 들어보는 얘기도 많습니다. 올레길 여행이야말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멋진 계기인듯 합니다.


닮은 꼴 가족이 우리를 지나쳐 앞서 갑니다. 힘들다고 투정하는 딸들과 완주를 종용(?)하는 엄마와 옥신각신 하면서도 유쾌하게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올레여행의 참맛을 느낍니다.
 

잠녀마을에서 만난 아이들... 물고기를 잡아 굽는 중인지 주변으로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더군요.


법환마을의 '막숙'에서 만난 빨래하는 주민. 이 부근에서 '홍반장' 촬영을 한것 같은데 모자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동네 풍경찍는걸 잊어버렸습니다.


해녀조형물들을 지납니다.


바닷가 물길과 알수없는 원형 콘크리트 구조물. 지나던 주민에게 물어보니 수영장이랍니다.  돌이 울퉁불퉁해 수영하기가 쉽지 않아보였는데 이렇게 하니 안전하겠네요. 주변에 청소년 수련 시설 도 있거든요.


제 모자를 앗아간 바람이 여기도 세차가 불고 있었습니다.


대단한 돌담들입니다. 바람이 불어도 캠프파이어나 바베큐 요리를 하는데 문제가 없겠지요?


이제 진짜 바닷가 길입니다. 울퉁불퉁한 길을 슬리퍼로 걸으며 드디어 딸이 툴툴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올레길 안내리본도 주의깊게 찾아야 합니다.


슬리퍼로는 위험한 길의 연속입니다.


두쌍의 부부가 지나갑니다.


풀길을 지나기도 하고...


해안가 모래길을 지나기도 하고


때론 바다와 만나는 민물에 손을 씻기도 하면서 즐거워 합니다.


풍림리조트 바로 전에 있는 약근천을 건너려고 합니다.


올레꾼들이 건널수 있도록  뗏목 다리가 설치돼 있습니다.


뗏목도 보이구요. 용도는 모르겠습니다.


풍림리조트에 가니 바닷가 우체국이 있더군요.


저 정자에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거예요. 앞의 소원기원벽에는 대놓고 낙서를 해도 됩니다. 


딸모르게 살짝 써놓고 왔어요^^


누군가의 사연들이 소원트리에 적혀 매달려 있습니다. 1000원의 비용이 드는데 수익은 올레 후원금으로 기부된다고 합니다.


이 친구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풍림리조트는 올레를 마케팅전략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듯 했습니다. 올레꾼을 위한 여러가지 여행패키지도 만들어놓았더라구요.


딸아이의 발때문에 올레길은 여기서 멈추기로 했습니다. 바닷가 현무암 길을 걸으며 슬리퍼가 끊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거든요. 여분의 신발이 있는것도 아니라서 끊어지면 낭패니까요.

버스에서 내려 총 다섯시간을 걸었습니다. 앉아서 놀기도 하고 먹을 것을 먹기도 했으니 온전히 걷기만 한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 우리 모녀였지만 그다지 무리가 아닌 길이었습니다.

공항에서 추천해주신분 말처럼 7코스는 초심자가 올레를 느끼기에 좋은 코스인것 같습니다. 신발만 제대로 신었다면 월평포구까지도 끄떡 없었을겁니다. 

7코스의 마지막까지 가지 못했지만 아쉬움은 없습니다. 어디까지 걸었나가 중요한게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걸었나가 더 소중하단걸 알았으니까요.

천천히 걸으며 바라본 제주의 속살들은 참 이뻤습니다. 우리 딸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