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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_is....

30여년전의 성적조작 기억

by 대청호블루스 2009. 2. 19.

일제고사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하도 오래전일이라 전교생이 다 시험을 봤던 것인지 우리학년이나 우리반만 선별적으로 시험을 봤던 것인지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국어 산수 사회는 물론 음악 미술에 대한 평가도 있었는데요, 특별히 또렷하게 기억속에 남아있는 풍경이 하나 있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한 어린아이의 가치관이 상처받는 사건이었거든요.

음악시험중에는 실기시험도 있었는데 교육청에서 감독을 나온 선생님이 오르간으로 다장조의 주요 3화음을 연주하면 그게 무슨 화음이었나를 맞춰야 하는 거였습니다. 이때 감독은 2인 1조로 다니는데 한 분은 교육청에서 감독오신 분 다른 한분은 학교에 소속된 선생님이었지요.

시험전 미리 감독선생님이 정해졌던 것인지... 감독으로 들어오신 선생님과 우리반 학생들과는 이미 모종의 약속이 돼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뒷짐을 지고 있을건데 손가락 하나를 하면 무슨 화음... 두개를 하면 무슨화음... " 이렇게 말이죠. 공개적으로 완전히 모든 학생이 선생님의 손가락을 볼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보이는 위치에서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답을 알려주니 좋은 점수가 나올수 밖에요.

어떤 이유로 학생이나 선생이나 서로 쪽팔릴 수 밖에 없는 무모한 도전을 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 일때문에 그 선생님이 존경의 영역에서 멀어졌다는점, 학교의 좋은 평가가 별로 의미없는 거라는 점을 배웠을 뿐입니다.  

임실에서의 성적이 조작된것으로 드러나 교과부가 망신을 당하고 있지요. 이렇게 되면 평가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잃게된 건데요. 이 참에 이 학력평가라는거 재고했으면 합니다. 따지고보면 예견된 결과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교육부 장관이야 미달된 곳을 더 지원해 학력을 올려 보겠다는 취지였다고 하지만 그것이 구호에 불과하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지요.

불과 며칠사이 뉴스에선 다른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성적 미달이 많은 학교는 선생님들을 문책한다거나 하는.... 저조한 학교의 학생들이나 학부모의 상처는 굳이 부연하지는 않겠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평가시스템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평가가 성적 몇점으로 평가되는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다면적이고 종합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길 바랍니다. 교육현장의 얘기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이를 반대하는 사회단체나 전교조같은 단체의 얘기도 들어보길 바랍니다. 이유없는 반대는 없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