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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_is....

형편되면 기부한다는 말이 틀린 이유

by 대청호블루스 2010. 10. 17.

 

생각해보면 살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때가 많았습니다. 제대로 학교를 다니기 어려울만큼 곤궁한 어린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맞벌이였던 우리 부부 모두 IMF시절 휘청거린 회사를 다니는 바람에 20세기 말과 21세기의 시작을 암울하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공부를 하던중... 2000년 가을 광화문에서 전광판을 통해 김대중대통령의 노벨평화상 발표를 봤습니다.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기뻐했지요.

우울한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삶이란게... 서울역 지하도에서 보았던 노숙자들의 초첨이 없으면서도 쾡한 그 눈빛처럼 희망이 없는것 같았었습니다.

그런데도 진심으로 쾌재를 부르게 되더군요. 내가 아는 DJ의 삶이 주욱 지나가기도 했구요.

그 때 생각했습니다. 나는 인생을 걸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창하지 않더라도 비관하지 말자.  생활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까... 어렵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조금씩은 기부를 해보자.

당시 할 수 있는 최상으로... 내 방식대로의 재능기부를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시작했었지요. 정말 조금씩 사정도 좋아졌고 그리고 이젠 재능이 아닌 돈도 아주 조금씩 내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조금씩 금액도 늘려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후원금을 냈던 단체에 올핸 남편이 내기로 하는 바람에 제 주머니의 돈이 조금 남았습니다. 주머니 돈이 쌈지돈이니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그래도 내 스스로의 약속인지라 지켜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해서 트친인 한 단체의 간부에게 후원금 약정을 했습니다. 뭐 얼마 안되지만 자발적으로 내겠다 했으니 그양반 땡잡은거지요. 그랬는데... 매우 기뻐하면서도 나중에 형편되면 해도 좋다고 합니다. 

'아니 이런 배 부른 단체가 다 있나?'

후원금이 많이 들어오는가 보다라고 물었더니 그렇진 않다고 합니다. 이 양반 두루두루 제 사정을 고려해서 진심으로 사양하는 것이었나 봅니다.

어찌보면 어디에 기부할만큼 제 사정이 넉넉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종사하는 산업 전반이 바닥을 치고 있는 중이고 또 지난해 회사가 어려운 일을 겪으며 마치 월급도 못받는 것처럼 매도 당했기 때문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그런면에서 그 친구가 잘못 본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사적인 목적을 위해 공익적인 가치를 수단화'한 이들의 주장처럼 사정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구요. 둘째는 형편이 좋아지면 기부를 하거나 누군가를 돕겠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돌이켜보면 처음 기부를 해야겠다 생각할때는 어쩌면 기부라는 것을 생각하면 안되는 처지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비록 돈은 아니었지만 내가 당시가진 최고의 재산인 재능이라도 기부를 시작하자 마음 형편이 나아지는것 같았고 마음이 넉넉해지니 실제 부자가 된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더군요. 그것이 현실이 되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형편이 좋아지면 기부를 하면 좋겠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것이라 그때가 되면 또 불만족 스러운 형편을 탓하고 있을게 뻔합니다. 그러니 두고두고 욕심한테 백기드느니 그냥 맘편하게 지금부터 시작하는게 최상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아! 오해는 마세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기부 꽤나 하는것 처럼 말해버렸지만 연말정산에 제출하기도 부끄러울만큼 아주 부끄러운 소액기부자임을 밝힙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