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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핵융합연구소 건물에 담긴 비장한 각오

by 대청호블루스 2010. 12. 28.

 


지난 21일 핵융합연구소에서 트위터친구 초대행사가 열렸습니다. 한국형 태양이라는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니... 보안시설로 아무나 들어갈수 있는 곳이 아니니 저를 포함 이날 연구소를 방문한 트위터 친구들은 대박 행운의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TEDxDaejeon의 오거나이저이기도 한 천영환군과 함께 약속된 시간에 기초과학지원연구소의 정문에 도착했습니다. 경비아저씨의 안내에 따라 핵융합연구소쪽으로 걸어가며 범상치 않은 건물외관에 대해 로봇처럼 생겼다고, 마징가제트를 닮았다고 얘길하면서 들어갔지요.

모임장소에 막 들어서자 이미 도착한 많은 친구들앞에서 우리처럼 늦는 참석자를 기다리며 이경수 소장님이 직접 분위기를 띄우고 계셨습니다. 이런 경우 보통 준비하는 직원들만 언제 다 올지 모르는 참가자 기다리랴.. 대장(소장님) 눈치보랴... 전전긍긍 식은땀 흘리기 마련인데... 소장님이 직접 나서서 얘기하고 계시니 이또한 색다르더군요.


 

출처 : 핵융합연구소 홈페이지(http://www.nfri.re.kr)

 

핵융합연구소 건물 외관이 무엇처럼 보이세요?

다들 재미있게 핵융합연구소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듣고 있었는데요. 마침 건물이 뭐처럼 생겼냐고 물으시더군요.

"마징가 제트" 누군가가 제생각과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윗 사진이 주인공인데 그렇지 않나요?)

소장님은 그럴줄 알았다는 반응. 뭐 로봇이었다면 질문도 하지 않으셨을 분위기였습니다. ㅎㅎ 어쨌거나 그리하여 건물외관을 왜 저렇게 디자인하게 되었는지 재미있는 스토리를 듣게 되었답니다.



맨땅에서 시작한 대한민국의 원자력 연구

우리나라의 원자력 연구의 시작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53년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이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 선언을 한 후 우리나라도 바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과학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이승만 대통령이었지만 원자력에 관심을 갖게 된것은 군사적인 이유였다고 해요. 원자탄을 만들고 싶었던거지요. 전후 나라살림이 좋지않을때지만 수십명의 연구인력을 해외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은 1959년 73만달러를 들여 서울 공릉동에 연구용원자로 트리가마크를 기공하면서 본격화됩니다.

시작은 맨땅이었지만 지난해 UAE에 원전 수출을 계약했으니 50년만에 원전수출이라는 기적을 일군 대단한 성과를 낸셈이지요.

핵융합연구 또한 선진국에 비해선 늦어도 한참 늦은 1995년에 시작됩니다. 그해 12월 국가 핵융합 연구개발 기본계획이 확정되면서 부터인데요. 한다면 하는 대한민국의 연구소답게 50년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추격하고, 동등한 기술을 확보한후, 추월하리라"

핵융합연구소의 K-STAR가 들어갈 건물을 지으며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어떤 이야기를 담을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전통을 담으면서 미래지향적이고 그러면서도 건축비가 더 들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설계해달라고 주문했데요. 정말 난해한 주문이죠? 역시나 자격루, 거북선, 첨성대등이 검토됐다고 합니다. 상징성있는 조형물들이긴 하지만 너무 잘알아 평범해질 수도 있는 건물에 어떤 스토리텔링을 담을지에 대한 고민은 뜻밖에도 일본 방문에서 풀렸다고 합니다.  

일본 국립핵융합과학연구소. 출처 : http://www.nifs.ac.jp

바로 일본 국립핵융합과학연구소(NIFC)의 상징물이 그것인데요. 오른쪽 사진속의 건물로 일본 관계자가 가토 기요마사(가등청정 加藤淸正)의 투구모양을 본뜬것이라고 설명하더랍니다

가토는 병술이 뛰어난 장수이자 구마모토성, 오사카성, 나고야성을 축조한 축성술의 대가로 일본인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몸이 왜소했던 가토는 이를 감추기 위해 에보시라고 불리는 투구를 썼다고해요. 일본 핵융합연구소는 바로 이 투구를 형상화했다는 거지요.

그러나 이런 설명을 해줬던 일본핵융합연구소 관계자가 간과한게 있었던거지요. 가토는 일본인에겐 영웅일지몰라도 임진왜란 당시 조선 침략의 사령관으로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피해를 입힌 적장이었다는 점,  그러면서도 결국은 가까스로 목숨만 연명한채 본토로 돌아간 패전장수라는 점을 말이지요.

바로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임진왜란때 이순신장군이 일본을 이긴것처럼 출발도 성과물도 한참 뒤지지만 일본의 핵융합기술을 이기고 세계 최고가 되리라. 그런 염원을 담아 바로 일본을 추격하는 거북선으로 컨셉을 잡고 건물을 디자인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건물에 이어 새만금에 현재 짓고 있는 2단계 공사는 동등을 표현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지어질 3단계는 학익진전법을 담은 추월을 형상화하기로 플랜이 짜여져 있다고 합니다.

KSTAR 진공용기내부. 출처 : 핵융합연구소 홈페이지(http://www.nfri.re.kr)

 

아무것도 하지않으면 아무것도 이룰수 없다

건물의 스토리텔링은 이렇게 되었다면 실제 핵융합 연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허황한 말장난처럼 여겨질수도 있는 추격-동등-추월은 진전이나 됐을까요? 

얘기를 들으며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날 이경수소장님의 강조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이룰수 없었겠지만 간절하게 꿈꾸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 핵융합연구소의 K-STAR는 멋진 결과물을 내고 있습니다. 2007년 핵융합로를 완공하고 2008년에는 보란듯이 세계 최초로 플라즈마 생산에 성공했고 올 11월에는 고성능플라즈마 밀폐상태인 H-모드에도 달성했습니다. 이는 핵융합 상용화를 앞당긴 획기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핵융합연구 선진국들이 참여해 건설하고 운영하는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에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우리의 K-STAR기술로 ITER가 건설된다고 합니다.

이제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등단계에 진입한거겠지요. 계획대로 분발해서 상용화도 우리기술로 달성해 마지막 3단계 목표인 추월을 실현하기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기원하고 또 응원하게 됩니다.

미래 청정에너지기술인 핵융합연구는 우리가 선진국이 될거라는 희망도 현실이 될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첫번째.

건물에 대한 얘기를 하느라 이날 방문에서 보았던 KSTAR에 관한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네요. 그 감동의 기록은 다음편으로 미루겠습니다.

두번째.

이번 행사를 개최하기까지는 핵융합연구소의 이경수 소장님의 역할이 아주 컸는데요. TEDxDaejeon의 첫번째 연사이시기도 했던 이경수 소장님은 열렬한 트위터 이용자로 격의없이 친구들과 소통하시기로 유명한 분입니다. 개인 트위터파티를 열기도 하셨지요. 

관련글 :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장님의 트위터 번개에선 무슨일이? 

이경수 소장님이 이렇게 일반인들과 소통하는 이유는 모든 일이 국민의 세금으로 하고 있고 주인인 국민이 지지하지 않으면 멀리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많이 알리고 감시하고 지지해 달라고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핵융합연구같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도 생겨나고 그렇게 하다보면 우리도 세계 최고의 기술하나쯤은 갖고 있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하시더군요.

세번째.

핵융합이 궁금하다구요?

사이트를 추천하는게 더 좋겠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 국가핵융합연구소 홈페이지에 정보가 정말 많습니다. http://www.nfri.re.kr/pr/nuclear_01.php?mn=7&sn=3&ta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