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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_is....

검정고무신이 유명메이커신발보다 낫다?

by 대청호블루스 2011. 9. 17.

재래시장서 사온 검정고무신


"나 이거 신고 외출할래요"  

재일교포 시누이가 재래시장에 가서 검정고무신을 사왔습니다. 그리곤 점잖은 자리에 이 신발을 신고 가겠다고 나섰습니다.

격식 좀 따지시는 어머님 "여긴 그렇게 안신는다" 하십니다. 강압적으로는 아니지만 신지말라는 뜻입니다. 몇차례 더 이런 저런 이유로 만류했지만 굽히지 않았습니다. 난감한 표정의 어머님도 "하긴 자기가 좋다는데 어떡하냐" 체념하신듯 말씀하셨죠.


백화점매장에 진열된 크록스 신발


시누이는 크록스라는 메이커의 신발을 애용하는데 신발을 볼때마다 검정고무신이 생각났다고 합니다. 보기에도 비슷하게 생겼죠? 

한국에 오면 꼭 사겠다 생각했었답니다. 사오자마자 시누이는 좋아서 깡총깡총 뛰기라도 할 기세였습니다. 저렴한 가격까지 크게 만족스러워하며 한국 고무신을 예찬합니다. 

시누이가 한국을 떠난 40-50년 전 서민들은 지금처럼 여러 켤레의 신발은 생각도 못했죠. '단벌신발' 검정고무신은 그냥 고무신이 아닙니다. 하나뿐인 신발이기도 했고 물놀이 도구이기도 했고 다 낡으면 몇 개의 엿이 되기도 했죠. 

명절이나 소풍때 새신이라도 선물받으면 머리맡에 두고 쉬 잠들지도 못했구요. 고무신은 그런 시절을 지나온 상징같은 것인 셈이죠.


고무신신고 외출하다


"와~ 나한테는 이 검정고무신이 메이커 크록스 보다도, 아니 그 어떤 명품신발보다 좋아" 

외출후 돌아온 시누이 대만족이랍니다. 신어보니 역시 좋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시누이의 차림새를 다른 사람들이 특별하게 봤을까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말 어느 한 사람 관심 보인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가 뒤늦게라도 깨달은 게 있다는 점이죠. 신을 신는 당사자 의사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더 의식해 규제하려 했었단 사실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