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eeling

딸과 함께 보는 '꽃보다 남자' 실망과 기대

by 대청호블루스 2009. 1. 6.


이미 원작 일드를 띄엄띄엄 두번쯤은 본것 같다. 
 
케이블에서 방영할 때 열광하던 딸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 하다가 보게됐다.
처음 볼때는 아무리 만화가 원작이라지만 어찌나 허황된 얘기로만 느껴지던지... 등장 인물들의 연기나 설정이 불편하기만 했었는데 회차를 거듭해 갈수록 묘한 매력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종반에 들어서는 딸과 같이 열광하는 철없는 엄마가 되어버렸다는..T.T 

한국판 '꽃보다 남자'방영소식에 이번엔 내가 먼저 보자고 권했다. 보지 말라고 해봤자 잔소리만 될테고, 어차피 학교에서도 온통 이게 화제라니 왕따당하지 않게 얘깃거리라도 만들어 줘야 할 것 같아서다.

아니 본심은 이왕이면 같이 보면서 딸아이의 생각을 읽어보고 싶다는 데에 있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조금씩 엄마와 다른 세계를 구축해가는 아이. 아이와 나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따로 또 같이 공유하는지 알고 싶어 졌다.

구혜선을 좋아하는 딸, 캐스팅 단계부터 이미 열광하고 있었다. 뚜껑이 열리자 역시 구혜선이 전체를 이끌고 있는 느낌이다. 구혜선의 고군분투가 가상하기까지 하다.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커다란 줄기는 꿰뚫고고 있으니 제작진이나 연기자나 어딘지 원작에 눌려 오버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게 안타깝다. 


전체적으로 일드가 나같은 철없는 아줌마도 끓어들일 만큼 진중하게 현실을 딛고 서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한국판은 웬지 땅에 착지를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일드에 비하면 훨씬 더 만화스런 느낌? 딸의 말대로 '초딩스러운' 컨셉이다.  

구혜선과 그 가족들이 원작의 표현도 그랬지만 그보다는 '궁'의 철없는 가족과 많이 닮았단 생각도 했다 

엄마의 입장에서 나는 학교 폭력의 장면들이 너무 구체화 돼서 나오는게 불편했다. 계란을 던지고 밀가루를 뿌린다거나 구두의 아이스크림을 핧으라고 한다거나 이런 장면들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 딸은 답한다. 뭘 저런걸 가지고~

캐스팅에 대한 평이 많다. 현중이나 김범은 잘 어울리지만 구준표역의 이민호가 영 맘에 안든다고 한다. 이건 내가 일드에서 도묘지(마츠모토 준)를 처음 보았을때의 느낌과 비슷할 것 같다.  그냥 오늘은 이만큼 관찰(?)하는 것으로 마무리. 다음에 이 배역에 대한 생각이 이전에 나처럼 바뀌는지 두고 보고 싶다.

첫회의 시청결과는 전반적으로 실망했다. 딸이 속한 10대 후반에게도 조금은 유치한 전개인 모양이다.

그래도 앞으로 드라마속 캐릭터들이 어떻게 자기 배역에 착지하는지,연출이 얼마나 탄탄하게 극을 다져 우리 모녀를 붙들고 있을지, 딸과 나는 어떻게 교감해 나갈수 있을지 기대하며 기다려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