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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

딸과 함께 보는'꽃보다 남자' - 불편한 현실

by 대청호블루스 2009. 1. 13.

마음을 비우려는 머리와 달리
여전히 불편하다.

어차피 드라마를 놓고 그것도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를 놓고 현실감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얘기는 다분히 걱정을 달고 사는 아줌마들의 잔소리 일수 밖에...

공상만화는 완전히 색다른 상상속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순정만화야 말로 과장속에서도 현실에 한 발을 디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전혀 불가능하지 않은, 조금 멀지만 그래도 손뻗으면 닿을것 같은 높이에 있는 꿈을 상기시켜주어야 한다. (지난주에 이어 나는 이런 벽을 세워두고 넘지 못하고 있다. )

자꾸만 보다 더 극적으로 치장하는데는 시청자의 눈이 갈수록 무뎌지는걸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전에 있었던 장면보다 더 자극적이고 감동적이어야 눈길을 줄테니까, 아마도 연출자들은 그런 면에서 강박관념에 시달릴수도 있을 게다. 

그러나 원작이 아무리 재벌가의 아이들이고 상류층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라지만 우리 현실에 비춰 각색한것 치고는 지나친 설정이 너무 많다. 하늘에 붕~ 떠있는 느낌.  드라마 전반을 아우르는 파티들, 화려한 색깔, 퍼포먼스, 술마시는 주인공(그것이 실수라고 하더라도), 술집을 통째로 빌렸다는 주인공, 좋아하는 여자에게 "십몇년을 남자이고 싶었다"는 따위의 말, 강제던 장난이던 자연스럽게 나오는 키스신, 어쩐지 3회는 잔디처럼 불편한 옷을 입고 파티만 하다가 끝난 느낌이다. 차라리 왕실의 이야기를 그린 '궁'이 더 소박하지 않았나.

게다가 고 2,3 아이들치고 너무 늙어버린 출연진때문에 혼돈은 더 심했던것 같다. 주 연령대가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클로즈업했을때의 얼굴들^^

일드의 츠쿠시와 비교할때 한국판의 금잔디가 얼마나 만화보다 오버하려고 애쓰는지 눈물겨울 지경이다. 예뻐진 화면 색깔속에 보여지는 과도한 발랄함... 밥먹을때는 왜 항상 입옆에 밥풀이 붙어 있어야 하는지. 


자꾸 현실을 운운하는것은 같이 보는 딸이 이제 잔디와 같은 고2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는 드라마는 드라마라며 쿨~하게 보고 있는데 엄마는 그게 잘 안된다. 오히려 이 드라마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하며 조급해 하고 있다. 애초 권유당자사임도 잊어버리고 보지 말자고 해야 하는것은 아닐까 문득문득 생각하게도 된다.


드라마가 끝난후 "어땠어" 하고 물으니 "장면 장면 일본판이 자꾸 생각나. 친구들하고 할 얘기가 지난주 보다는 줄어들것 같은데?" 라고 한다. 재미있긴 하지만 뭔가 시시하고 지루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일본판이 나같은 아줌마까지 끌어 앉힌것에 비하면 흡입력이 좀 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 또한  사전정보없이 처음 이 드라마를 봤다면 지금처럼 미주알 고주알 떠들지 않고 몰입해서 봤을수도 있을 것이란 점을 부인하진 않겠다. 판단을 내리기엔 드라마는 이제 시작단계이고 여전히 진행중 이므로...

아! 마녀(엄마)역으로 나온 이혜영과 '바비인형'한채영은 카리스마와 미모로 3회를 눈부시게 빛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