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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_is....

미꾸라지때문에 떠오른 23년전 MT

by 대청호블루스 2009. 1. 28.



대청마루라는 추어칼국수집에 갔다가 마당 큰 통에 담긴 미꾸라지를 보게 됐습니다.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알수는 없지만 엄청 길다란 미꾸라지들. 문제는 전혀 움직임이 없어 죽은 녀석들인것 같다는데 있었습니다. 누군가 죽은거 같다고 했지만 전 알죠. 그녀석들이 왜 움직이지 않는지...ㅎㅎㅎ

원래 미꾸라지는 겨울에는 진흙속에서 동면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비몽사몽 죽은듯 있을수밖에요.

미꾸라지와 관련된 생생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벌써 23년전쯤 일이네요.

대학때 활동하던 동아리에선 매년 겨울 마곡사로 가는 MT가 있었습니다. 이 MT중에는 또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얼음물속 맨손 물고기 잡기'과정이 있었습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동아리는 여전하지만 이 전통은 아쉽게도(?) 없어졌습니다.

아무튼..

신입시절 틈틈이 선배들한테 전설같은 얘기를 듣는것만으로도 MT가 기다려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한겨울에 얼음을 깨고 물속에 들어가는 것도 악몽이지만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으라니 도대체 뭔소린지 어리둥절할 수 밖에요.

시간은 흘러 그렇게도 기다리지 않던 MT를 가게 됐고 '얼음물속 맨손 물고기 잡기'과정이 시작됐습니다. 

준비운동으로 PT체조란걸 한 30분쯤시키더니(이정도 하면 몸이 후끈 달아오르더군요) 신발 양말을 벗게하고 물속으로  밀어 넣더군요.

괴성속에 모든걸 체념하고 물속으로 밀려들어갑니다. 처음엔 완전히 차가운 물의 느낌때문에 움츠러들지만 신기하게도 발이 젖으면 이판사판(?)분위기로 바뀐다는 겁니다. 이때부턴 물장난도 하고 물만난 고기처럼 자유롭게 뛰어다니게 되는 거지요.

그러다 과제인 물고기 잡기를 하게 되는데요.

뛰어도 다녀보고 하천 속 고기가 숨을 만한 곳을 뒤기게 됩니다. 돌도 들쳐보구요.

뒤지다 보면 미꾸라지 같은것도 잡게 되더라는 겁니다. 우리동기 13명이 미꾸라지 2마리 피라미 2마리를 잡았는데요. 물이 차가우니까 이 미꾸라지가 움직임이 둔해져서 '나잡아가슈' 하는 폼으로 있지뭡니까. ㅋㅋㅋ

한 30분쯤 그렇게 뛰어다니다 물밖으로 나오면 선배들이 준비한 뜨끈뜨끈한 온돌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금방은 손발이 깨져 죽을듯 하지만 손발 깨끗이 씻고 온돌에서 몸을 녹이고 나면 모든게 즐거운 추억으로 변합니다. 다시 또 그럴 용기가 나진 않지만 딱 한번쯤은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누가 이런 전통을 만들었는지 감사하단 생각도 한적이 있습니다.

감기걸린 사람? 물론 한명도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