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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반길 1코스의 '대청호 맛보기'

by 대청호블루스 2010. 4. 25.

제주도 올레의 대성공이후 지자체들의 올레길 코스 개발경쟁이 불붙었다. 걷기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면 참 좋은 일이다.

3월말부터 심심찮게 소개되기 시작했고 4월중순 오픈된 대청호반길을 가보았다. 이렇게 형식적인 코스보다 아무데나 차세우고 골목길 들어가는게 더 좋지만 코스별로 어찌 조성되었나 보고싶은 심산이었다. 이왕이면 1코스 부터.

대청호반길 1코스 (금강로하스 happy road 총 6km, 1시간 30분소요)

대청공원주차장-대청문화전시관뒤 산책로-호반가든-대청문화전시관-대청교-휴게소-댐광장-댐수문끝-호반산책로-물홍보관-휴게소-대청교-문화전시관-대청공원주차장

대청문화전시관뒤에서 좌회전해서 호반가든을 갔다가 다시 되돌아와 대청댐주변까지 갔다오는 코스다. 주차장때문이었겠지만 중간에서 시작해서 갔다오니 웬지 왔다갔다하는 느낌이 들었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데크를 따라 걷게 된다. 난간을 설치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금강으로 내려가 물을 오염시킬 염려를 덜었고 무엇보다 안전도 고려한듯 했다. 개인적으로 인공적이어서 좋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딱딱한 발의 감촉이 별로였다.

물속에 뿌리를 둔 나무들. 강건너 산도  꽃천지.
 

막 새순을 내기 시작한 나뭇가지들의 신록이 눈부시다. 댐조성과 함께 나무들이 물에 잠긴것인지는 알수없으나 곳곳이 한폭의 그림이다. 문득 내고향도 거기있다고 생각하니 그리워진다.


참 질긴 생명력. 잘라낸 나무위로 새로운 가지가 자랐다. 이런 모습 또한 곳곳에서 볼수 있다.

걷다 발견한 표지판. 두개의 표지판이 있다. 하나는 암석식물원인데 가보지 않았고 이곳은 들러보기로 했다.

강변 아주 가까이 소나무 밑에 있는 정려각.

반대편엔 이렇게 행사 안내 프래카드가 붙어 있다. 대청호반길 오픈에 맞춰 아마 이곳도 새단장하는것 같다.

차씨 가문의 두 효자에 대한 효자각다. 비문 앞이나 옆면은 한문이었고 뒷면 한글은 주의를 기울여 읽어야할 만큼 가독성이 떨어졌다. 어차피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길인데 이곳을 제대로 읽고 한번쯤 쉬어가는 공간으로 보완했으면 좋겠다. 내용도 재미있다. (비문의 뒷면글 일부를 녹취후 기록했다)

여기교관공 차윤조 차윤도 할아버지 형제의 효행사적을 전면 본문에 근거하여 간략하게 소개한다.

이조정조때 회덕현 미호리에서 태어나신 할아버지 형제분은 소년시절 부터 효행이 남달리 지극하시어 효동이라고 소문이 널리 알려졌는데 작은 할아버지 윤도는 17세때 모친이 병환을 당하시어 어느날 좋은 약을 구하러 길을 가시다 우연히 어느 동자를 만났는데 그 동자는 말하기를 인육제탕을 써야 효험을 본다고 하여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내서 정성껏 달여드렸는데 효험을 보셨고

큰 할아버지 윤조께서는 친산을 동면 법수리 봉화산 마루에 모시고 이십여리 험한 산길을 눈보라 비바람을 마다 않으시고 3년을 하루도 거르지 않으시며 성묘호곡 하시니 세상에 널리 효자라는 소문이 자자하여 고종17년 조정에서는 우부승지를 보내시어 사실을 확인하였고 감탄하여 마지아니하였으며 후일에 교지를 내리시고 재목과 목수를 보내 효자정문을 건립하게 하여 차씨문중에 하사하신 효자정문이다


또하나 아쉬운점은 이 소나무의 밑부분이다. 족히 수백년은 됐을것 같은 나무 밑부분 흙이 이렇게 깎여나가 있다. 이런 상태로 제대로 오래도록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한쪽 종착지인 호반가든. 이곳에서 오던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주차장 문제가 아니라면 여기서 출발해서 한바퀴 돌아 이곳까지 오는코스가 더 좋을 듯 했다.

폐어선일까?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하는 그리운 열망이 느껴진다.

데크길을 따라 되돌아와 댐을 바라보고 걷는길.

대청교를 지나 댐으로 올라가는 길. 데크길에 비해 자연스럽다. 우거진 나무숲을 지나며 댐의 역사를 느끼게된다.

걷기도 쉬기도 그만이다.

댐수문위. 대청호, 댐 하류등 탁 트인 전경을 볼수있다. 앞쪽 산의 현암사나 맞은 편 전망대도 한번쯤 공략 대상.

댐 하류 풍경. 모두 아이폰으로 촬영됐다.

대청호반길 1코스중 대청문화관을 기점으로 왼쪽길은 데크에 설치될 조명이 들어오는 저녁산책로로 좋을듯 하다. 특히 한여름엔 비추일듯. 그늘이 없다. 오른쪽 편 댐으로 올라가는 길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하나의 코스로 소개하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물론 '대청댐에 관한 간단보고서'성격으로 이곳에 처음 들른 이들에겐 대청호 맛보기로 괜찮을듯하다.

대청호 어딘가에 내 유년이 있다. 때문에 이곳에 오면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빛바랬지만 수묵화같이 부드러우면서도 맑았던 어린시절을 더듬게 된다. 데크길은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던 골목길에 대한 추억을 방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