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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News

아이폰4로 막찍은 합천 황매산 가을풍경

by 대청호블루스 2011. 10. 5.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이 주관한 함천 명소 스토리투어에 다녀왔습니다. 합천 하면 해인사 팔만대장경이 전부인줄 알고 있던 제겐 지식이나 사유의 폭을 넓히는 꽤 유익한 여행이었습니다. 그래서 첫 후기도 해인사가 아닌 것으로 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황매산은 1박2일 여행 이틀째 준비된 5개의 개별코스중 하나였습니다. 보통의 블로거투어가 참가자 모두를 동일한 곳을 안내 하는데 반해 갱상도 문화학교는 일정중 한 부분을 선택형으로 구성했더군요.

정양늪 황강레포츠공원 코스와 합천 박물관 코스, 모산재와 영암사지 코스, 남명 조식 선비길, 합천영상테마파크 이렇게 각기 다른 다섯개의 코스중 제가 고른곳은 모산재와 영암사지 코스 였습니다.

합천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곳은 어디일까?

'모산재는 합천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라는 투어 안내 설명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최근작 유흥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표지를 장식한 쌍사자석등을 볼 수 있는 것도 호감을 줬습니다.

험난한 등산 코스라는 설명에도 참가자중 가장 많은 수가 이 코스를 골랐습니다. 다른 분들은 등산좀 한다 하는 분들인데 반해 제가 덜컥 이 코스를 고른건 설마 블로거투어인데 힘들어야 얼마나 힘들까 하고 얕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찌되었건 결론적으론 땀좀 흘렸지만 꽤 멋진 결정이었습니다.

다들  DSLR을 들고 멋진 사진을 찍었지만 전 아이폰으로 막 찍었습니다. 사진에 제대로 담아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멋진 풍경이 그림같았던 황매산을 소개합니다.

 

당초 코스는 영암사지에서 모산재를 넘는 것이었는데 여행블로거이면서 이곳 출신인 김천령님(김천령의 바람흔적 블로그 운영)의 안내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보다 수월하게 산행을 했음은 물론이고 숨은 비경소개나 산행 중간 중간 들려준 이야기들이 이 여행을 풍요롭게 했습니다.  

 

우리가 출발한 곳은 황매산 공원 주차장이었습니다. 걷다가 뒤를 돌아 찍은 풍경입니다. 보이는 능선을 넘으면 단적비연수를 촬영한 장소가 있다고 합니다. 무사 백동수등 퓨전 사극에서 말타는 장면은 거의 다 이곳에서 찍는다고 하네요. 많은 여행객들이 저 코스를 향해 올라갔지만 우리의 방향을 달랐으므로 슬쩍 훔쳐보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황매산의 가을은 억새와 야생화 천지입니다. 이름모를 야생화를 볼때마다 동행한 한사 정덕수님이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사진도 찍도록 해주셨는데 작은 꽃은 제대로 담지 못했습니다. 

 

 억새속을 걸어가며 가을을 만끽합니다. 억새 아래 나무들은 철쭉입니다.

 

전날은 계속 비가 오락가락 했는데 이날은 정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었습니다. 탁트인 황매산 능선에서의 파란 하늘은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황매산은 5월초 철쭉꽃이 장관을 이룬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대전-진주 고속도로를 이용해 당일 여행으로도 다녀온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곳의 철쭉은 성인남자의 어깨에 닿을만큼 키가 크더군요. 능선을 가득 채운 철쭉 군락이 분홍색으로 꽃피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황매산은 화강암 바위산입니다. 완만한 능성을 따라 걷다가 만나게 되는 커다란 바위들... 바위위에 올라 탁트인 풍경도 보고 시원한 바람을 마주하는 즐거움이 계속됩니다.

 

발밑을 바라보면 아래 마을들이 보입니다. 다락논들이 가을빛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정겹고 이쁜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가야산에서 비롯된 산줄기가 매화산과 황매산을 지나 뻗으면서 기백이 모인데가 바로 이 모산재라고 합니다. 합천에서 에너지가 크게 넘치는 곳이라고 하네요. 듬뿍 좋은 기운을 받아봅니다.

 

다시 산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다 만난 장승입니다. 죽은 나무에 누군가가 조각을 한거라고 하는데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죽은 나무일까 조각을 해서 죽었을까 설왕설래 했는데 죽은 나무에 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곳은 물론이고 앞쪽도 바위들이 병풍처럼 멋진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보이는 곳마다 비경이라 블로거들의 카메라는 쉴틈이 없었습니다. 

 

앞쪽 뽀족나온 돗대바위, 그 절벽 아랫쪽으로 우리가 가야합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평탄했는데 조금씩 아찔해지기 시작합니다. 

 

한국 제일의 명당자리로 알려졌다는 무지개터입니다. 안내문을 그대로 옮기면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용마바위가 있어 '비룡상천'하는 지형으로 옛부터 이곳에 묘를 쓰면 천자가 태어나고 자손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반면에 온나라가 가뭄으로 흉작이 든다하여 명당자리 일지라도 묘를 쓰지 못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답니다. 그래서 그 터를 보는 것처럼 파헤쳐놨습니다. 묘를 쓰지 못하도록 말이죠.

 

걷다보면 특이한 바위들을 만납니다. 사연은 있으나 이름조차 갖지 못한 바위들.. 이 바위는 소나무를 타고 넘어온 바람에 이렇게 평평해졌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했는데 '한계령에서'의 노랫말 원작자이신 한사 정덕수님이 이 바위를 세심대(洗心臺)라 하면 어떻겠냐고 하시더군요. 시원한 바람에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마음을 씻는 곳' 참 멋진 작명이죠?

 

역시 이름없는 바위였습니다. 얼굴바위라고 이름을 붙이면 어떨까요?
김천령님의 권고대로 로우앵글로 찍은 사진입니다.  DSLR 도 아니고 아이폰으로 이렇게 찍기는 좀 쑥쓰러웠는데 그래도 결과물을 보니 만족스러웠습니다.

 

황매산 등산 중에 만난 소나무들도 일품이었습니다. 바위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는 열악한 환경탓인지 이곳의 소나무들은 분재처럼 크지 않습니다.  몇천만원은 받을 것 같다는 멋진 모양도 여럿 있었습니다. 제가 이 소나무를 꼽은건 바로 뿌리때문입니다. 키보다 더 긴 뿌리를 드러내놓고 굳건히 서있는 모습이 황매산 소나무 답게 강인해 보였습니다.

 

군데 군데 밧줄에 의지하면서 하산하고 있습니다. 멀리 겹겹이 그림같은 산능선부터 가까이 마을 풍경까지 눈앞에 펼쳐지는 비경은 하산길의 고단함을 잊게 합니다. 왼쪽 아래 보이는 절터가 우리가 가야할 영암사지 입니다.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요? 세상을 정복하면 이런 기분일까요? 서 있는것 자체만으로도 세상 부러울것 없는 멋진 풍경이 됩니다.

 

철계단을 내려갑니다. 스릴만점인 곳입니다. 하이앵글로는 경사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지만 일행중 한분은 고소공포증을 느꼈을만큼 수직으로 내려가는 코스입니다.

 


마을이 조금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내려가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곳 사람들은 오른쪽에 보이는 바위를 돌고래 바위라고 했다고 합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생긴것도 그렇게 보이고 귀부분에 소나무가 자란 모습이 마치 꽃을 꽂고 있는 것처럼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그냥 스쳐지났을 돌덩이를 추억하게 만드는 힘

화창한 날씨나 가슴을 뻥뚫리게 하는 황매산 풍경도 감동적이었지만 이 여행이 의미있었던건 이야기였습니다.

한 블로거의 설명이었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잘 정돈해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고 추억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지나칠 사물이나 풍경이 의미가 되도록 하는 힘. 이런 이야기야말로 지역 사람들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뇌리속에서도 잊혀지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구요.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이나 김천령님같이 지역을 잘알고 사랑하는 블로거가 그 역할을 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더 늦기전에 서둘러서 말이죠.

 

 이글은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 주관 '합천 명소 스토리투어' 참가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