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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

인순이를 응원하는 이유

by 대청호블루스 2008. 11. 3.

2004년 10월 회사에서 주최한 행사에 초대가수로 왔을때 인순이의 생음악을 처음 들었다. 야외에서 이뤄진 공연임에도 좌중을 압도하는 무대카리스마는 잊을수가 없다./사진출처 충청투데이

올해는 인순이가 그룹 희자매로 데뷔한지 꼭 30년이 되는 해이다. 지금 그이는 노래인생 30년을 정리하는 '인순이는 전설이다'라는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그 공연의 일환으로 대전을 방문했던 인순이가 공연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얼마나 이렇게 방방뛰며 노래할
수 있을까요?
이제야 겨우 노래가 뭔가 알듯한데
이제는 좀 알것 같은데..."

모두들 유머를 듣는것처럼 웃으며 환호했지만 얼마나 슬픈 얘기인가.
나이드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이는 없으리라. 특히 쟝르를 넘나들며 폭발적인 댄스를 보여주는 가수에게 나이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족쇄의 무게일 것이다. 쉰을 넘긴 가수에게는 더욱 말이다.

인순이는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 혼혈아로 성장해야 했던 그이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가정형편상 고등학교도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이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재능을 살려 가수가 되었고 대성공을 거뒀다. 내로라하는 여러 대형무대에서의 공연은 물론 최고의 가수상, 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중 무엇보다 눈에 띄는 상은 여성신문사가 준 '미래의 여성 지도자상'이다.

그이는 늘 편견과 차별속에서 생을 개척하며 살아 왔다. 불가능과 고난을 넘어선 그이의 무대는 열정과 행복함과 감동으로 넘쳐난다. 그이의 공연과 삶의 개척정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과연 '미래의 여성 지도자'라는 상은 그이에게 참으로 잘 어울리는 타이틀이다.

이번 예술의 전당 대관 불발도 어쩌면 그이가 개척해야 할 숙명, 이뤄야할 꿈 중의 하나는 아닌지.

'인순이는 전설이다'의 공연은 '거위의 꿈'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한바탕 쇼를 마무리하면서 부르는 '거위의 꿈'이라니...
"꿈을 꼭 이루세요"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라고 외치며 부르는 노래는
어찌보면 인순이가 꿈을 이뤄오는 과정이고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의식같다.
감동으로 자리를 뜰 수 없도록 만든다.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뒤에 흘릴때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 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난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을 함께해요..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대관불발 사건이 예당의 규정때문인지 권위의식때문인지 인순이의 피해의식때문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주장할만한 능력은 없다. 몇년전이긴 했지만 조용필 공연은 됐고 또 언제는 신영옥에게 밀렸다면서 이제는 안되는 이유를 묻자는 것도 아니다. 예당의 여러 홀중에서 대중가수가 서도 되는 홀이 있으면 안될까 하는 말을 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우리 시스템이 좀 더 유연해지기를 바라고(그것이 클래식을 꼭 고집해야하는 장소라하더라고 합리적인 규칙을 정하고 준수하길 바라고) 그래서 이런 불편한 논란이 종식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인순이가 예당의 장벽을 넘고 '전설처럼' 꿈을 이루기를 응원해 본다.

공연중 자주자주 아자!아자!를 외쳤던 그녀의 다부진 목소리를
지금의 그녀에게 다시 돌려준다.

아자! 아자!아자!